작년, 재작년까지만 해도 등산은 그저 귀찮은 운동이었고 다리 아프고 관절 무리가고 땀만 나는 그런 취미 활동으로 생각해왔다. 그런 나였기에..


갑자기 등산에 빠진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. 등산에 빠졌다는건 분명 특별한 계기가 있었기 때문인데 그 계기는 바로 타의적 집콕이었다.


코로나 때문에 집 밖으로 나갈 수 있는 상황을 만들면 안되다보니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졌고 근무조차 재택근무를 하다보니 나의 답답함은 최고조에 이르렀다.


원래 사람이라는 동물은 갇혀사는 걸 싫어한다. 본인이 아무리 집순이 집돌이라 해도 강압적으로 집에서 못 나가게하면 정신병 걸리는 건 한순간이다.


보통 나는 답답하면 근처로 드라이브를 가거나 누군가를 만나 술을 마시거나 여행을 간다. 하지만 현 시국은 그러기엔 너무나도 위험하고 혹여나 내가 남들에게 민폐를 끼칠 수 있으니 그럴 순 없다.


그래서 선택한 게 등산이다. 밀폐된 공간이 아니고 평일 오전에 가면 등산객도 많이 없다. 맑은 공기를 마시며 산을 오르고 정상에서 내가 사는 곳을 내려다보면 답답함이 싹 사라진다.


아 이래서 다들 등산을 가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. 등산은 나에게 더 이상 귀찮은 활동이 아닌 정말 의미있고 건강하게 해주고 다리 힘도 길러주는 고마운 운동이 되어있었다.



어제는 날도 좋고해서 조금 멀리 주왕산 국립공원에 다녀왔다. 물론 마스크는 꼭 착용하고 말이다. 역시 새벽에 출발해서 스타트를 오전에 끊었다.


코스는 주봉 코스. 난이도는 보통이었다. 등산객은 단 한 명도 보이질 않았고 혼자만의 등산이었다. 힐링을 제대로 하고 왔다. 이게 등산의 묘미구나 느꼈다.


내일은 친구들과 근처 앞산 야간 산행을 가기로 했고 금요일은 동네 산을 오르기로 했다. 츄리닝, 운동복을 별로 안 좋아하는지라, 옷장엔 정장, 셔츠 같은 것들만 가득한데 등산을 위해 등산복과 등산화도 구매했다.


이게 이렇게 비싼 제품들이었던가? 역시 모든 취미 활동은 돈이라고.. 그래도 나를 답답함에서 해방시켜주고 힐링시켜주는데 이 정도 투자는 전혀 아깝지 않다.


등산. 얼마나 건강한 취미인가. 본격적인 여름이 찾아오기 전까지 최대한 많이 등산을 다녀볼 생각이다. 이렇게 말하면 꼭 여름에는 안 간다는 뤼앙스같지만 분명 여름에도 땀 뻘뻘 흘려가며 등산을 갈 것 같다.



하기 싫었던 것이 가장 하고 싶은 것으로 변하는 건 참 쉽다. 생각만 조금만 바꾸면 될 일이다. 이를 잘 기억했다가 다른 부분에 적용해보는 것이다.


내 삶에 정말 도움되는 일이 있는데 그게 정말 하기 싫을 때, 긍정적인 면을 계속해서 떠올려보고 해야할 이유들도 적어보고 하면서 하고 싶은 일로 바꿔보는 것이다.


내 발전에 도움되는 일이라면 하지 않을 이유가 없지만 몸이 거부한다면 생각의 전환을 통해 몸이 받아들일 수 있게 해 보는 것이다. 말은 쉽지만 굉장한 노력이 필요한 부분이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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